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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리뷰/세필촉

만년필 내돈내산 리뷰] 플래티넘 게더드 14k F촉

by 필로그램 2022.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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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아름다운 닙이 주는 안정적인 필기감

만년필을 시작할 때 만년필에 대한 공부할 겨를도 없이 소비하는 맛에 빠져 마구잡이식으로 만년필을 사모았어요. 만년필 모델이 다르면 펜촉도 다르겠거니 생각했거든요. 판매자들은 결코 이 모델과 저 모델의 펜촉이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유저가 적은 만년필 시장에서 하나라도 제품을 더 판매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참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어요. 펜을 꼼꼼히 살펴보고 비교해보고 구입해야 하는데 사진으로 똑같아 보이는 펜촉이라고 필기감도 똑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요. 사진만으로 정확한 구분이 어려워서 펜샵이 있는 지역이라면 문제되지 않지만 저는 광주광역시에 살다보니 방법이 없었어요. 취미생활에 투자할 여윳돈이 있어 마구잡이로 만년필을 사모으게 되었다죠.

 

그래서 게더드와 센츄리를 똑같은 F촉으로 하나씩 구입하고 받아봤을 때 펜촉이 똑같이 생긴 탓에 똑같은 펜촉인 줄 알았어요. 사실상 필기감도 별 차이를 못 느꼈거든요. 하지만 센츄리는 금도금 펜촉이고 게더드는 금촉이예요. 솔직히 필감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펜의 완성도까지 더하면 센츄리보다 게더드가 우수하더군요. 만년필을 시작했다면 플래티넘 센츄리 라인은 반드시 하나 써봐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펜촉의 품질은 물론 펜 자체도 아름답고 사용하기 좋아요.

 

 

 

◑ 포장 ◐

플래티넘 만년필 케이스는 다른 일제 브랜드 제품과 차별화가 되지 않았어요. 일본 만년필 브랜드들은 단합이라도 한 것처럼 동일한 구성의 패키징을 사용하네요. 안경집 타입의 하드케이스, 그걸 감싸는 마닐라재질의 단상자. 특별히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볼 수 없이 무난해요. 물론 여기에 종이 포장지로 포장을 더하면 그럴싸한 선물이 되겠죠.

요즘 감성 패키지가 워낙 흔해빠진 브랜드 시대다보니 만년필 패키지들도 수집 가치가 있을만큼,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질만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기본 구성품 ◐

구성품은 만년필 본품, 카트리지 2개, 컨버터 1개, 보증서 등이예요. 컨버터를 별매로 판매하는 판매자가 대다수이므로, 컨버터 포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구입해야 한다는 점 기억하시구요.

 

 

◑ 디자인 ◐

게더드의 디자인은 매우 독특해요. 애벌레 몸통을 닮은 만년필이라, 상세페이지로만 이 제품을 접한다면 '와, 펜 진짜 불편하게 생겼네' 라며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게 될 수 있지만 스톱. 단지 애벌레를 닮은 디자인때문에 이 제품을 살펴보지 않는다면 신세계를 맛볼 수 없답니다. 실물로 만난 게더드는 아름다웠어요. 센츄리 라인처럼 컬러감이나 금장과의 조화, 유선형으로 빠지는 배럴이 심미적이진 않지만, 게더드는 아름다워요.

 

 

 

만년필을 시작할 때는 실감하지 못했지만 만년필을 60구 정도 구입해 놓고 게더드를 보니 가히 혁신이라고 이야기해도 좋을만큼 독보적인 디자인이었어요. 블랙에 금장 조합을 최강이라고 여기는 제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기도 하구요. 라디에이터같은 이 바디 라인은 민자형 캡과 배럴 끝부분의 밸런스가 완벽하여 모든 것이 황금비율을 갖추고 탄생한 펜이라는 느낌이에요. 모던하면서 유니크함을 갖춘 만년필. 게더드는 아름답습니다.

 

 

 

 

◑ 펜촉 ◐

14k 금닙이예요. 펜촉에 새겨진 #3776은 후지산의 높이를 의미하죠. 펜촉의 크기는 큰 편이며 가오리 모양의 펜촉에 하트모양 벤트홀이 있어 한편으로는 사랑스럽게 보여요. 제가 구입한 펜촉은 F촉인데, 매우 세필인 편이라 굳이 EF촉까지 선택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세필 중에도 파이롯트 에라보 같은 촉은 매우 버터필감이라 할만큼 부드러웠는데 게더드는 그렇지 않아요. 부드러움보다는 사각거림이 살아있으며 적당히 부드럽고 피딩이 훌륭해 끊김 없이 글씨를 쓸 수 있어요.

센츄리와 달리 게더드는 슬립온 타입이라, 잉크에 따라 닙마름이 발생할 수 있지만 웬만한 잉크는 마르지 않았답니다.

 

 

◑ 컨버터 ◐

플래티넘 프리미엄 컨버터는 0.53ml 잉크를 주입할 수 있어요. 튼튼하고 예쁜 컨버터죠. 저는 카트리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저라 가격이 몇천원 높더라도 컨버터가 포함된 제품으로 구입하는 편이예요. 플래티넘 컨버터는 가격대가 있어서 할인해서 사도 9천원~1만원 대.

 

 

◐ 길이와 무게 ◑

만년필 길이는 14.2센티미터 가량이예요. 무게는 21.3g으로 가벼운 편이죠. 게더드 만년필은 일본의 만년필광이라고 불릴만큼 만년필을 사랑했던 작가 하루오 우메다와 플래티넘의 협업으로 탄생했어요. 1,000자루 이상의 만년필을 보유한 덕후인만큼 만년필이 갖추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조건들을 갖춰 만든 펜이다보니 길이, 둘레, 무게, 캡길이, 캡을 끼웠을 때 무게중심 등 모든 것이 이상적이예요. 다른 만년필들도 쓸만한 만년필들이 많지만 게더드는 좀 더 설계 디테일이 훌륭하다는 느낌이 들죠. 많은 만년필을 사용해보고 그런 확신이 들었어요.

 

 

 

캡을 빼고 들었을 때의 길이는 12.8센티미터 정도이고 사용하기에 무게감도 매우 적당해요. 가벼운 편이라 오랜 필기에도 지치지 않구요. 그립부에는 라디에이터 무늬가 없어서 쥐었을 때 손이 불편하지도 않아요.

 

 

캡을 뒤에 끼우면 약 16센티미터 정도로 길어지는데요. 캡을 뒤에 끼우고 써도 21그람 정도 무게감이라 가벼운 편이고 무게중심도 잘 잡혀 필기하기에 편안했어요. 캡을 끼워도 쓰기 좋고, 빼고도 쓰기 좋은 편이라는 점이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 F촉의 굵기 ◑

펜촉의 굵기는 사용하는 노트와 잉크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굵다, 가늘다 라고 구분해 표현하기 모호한데요. 그러나 다른 만년필의 F촉들과 게더드 F촉을 같은 노트에 같은 잉크를 넣어 썼을 때 굵기라 치고 표현하자면, 게더드 F촉은 0.5 젤펜 굵기쯤 되요. 한글 필기에 매우 적절하죠.

 

 

토모에리버 노트 X 플래티넘 게더드 F촉 X 행성잉크 비밀의 숲

 

◐ F촉의 필기감 ◑

펜촉은 충분히 날카로우나 필감은 편안하고, 글씨는 가늘게 표현되요.

토모에리버 위에서는 신경쓰는만큼 단정한 글씨가 써졌고(어떤 펜은 대충 쓰는데도 단정하게 표현되기도 하는데) 토모에리버와의 궁합은 나쁘지 않으나 엄청 좋은 편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데요. 개인적으로 토모에리버에는 태필촉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적당히 사각이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적당히 편안한 필기가 가능하다- 고 표현하는게 맞긴 하나 그렇게만 표현하기에 좀 아쉬워요. 게더드의 필기감은 다른 만년필 펜촉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수준인데요. 하지만 어떤 느낌이 뛰어나다고 말하기 애매한 것도 사실이죠. 모든게 적당하여 필기감이 아주 좋다- 고 할 수 밖에요. 

 

 

글입다 레저버 노트 X 플래티넘 게더드 F촉 X 행성잉크 비밀의 숲

 

 

 

흡수력 있는 러프한 종이에 썼을 때는 글씨가 좀 더 단정하게 써졌어요. 사각임도 더 살아났구요. 생각보다 노트를 가리지 않아요. 어떤 노트에 써도 편안한 필기가 가능하고 노트 특성이 달라질수록 필감도 조금씩 달라져 쓰는 즐거움이 있어요. 일반 용지에 쓰기에도 괜찮구요.

게더드는 3년 전에 구입해서 생각날 때마다 꺼내 쓴 만년필이예요. 쓸 때마다 필기감과 펜 실물이 주는 밸런스가 매우 훌륭하다고 느꼈어요.

센츄리를 살지 게더드를 살지 고민이라면 무조건 게더드!

 


◑ 게더드 총평 ◐

1. 클래식함과 유니크함이 모두 살아있는 디자인

2. 캡을 뒤에 끼우고 사용할 수 있음

3. 0.5 굵기의 F촉

4. 적당히 사각이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잉크 흐름이 매우 유연한 펜

5. 닙마름 현상 거의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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