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년필 리뷰/세필촉

만년필 내돈내산 리뷰] 홍디안 N1 EF촉

by 필로그램 2022. 8. 9.
반응형

 

중국 브랜드의 깜짝 놀랄만한 퀄리티!

제가 만년필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던 3년 7개월쯤 전에 중국산 만년필을 몇자루 사봤어요. '만년필'이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의외로 중국산 만년필의 품질이 굉장히 좋다는 간증들이 많았거든요. 당시 유명세를 탄 5종류의 만년필을 진하오, 히어로 제품으로 구입해봤었죠. 펜촉 뽑기는 괜찮았지만 기대 이하의 품질에, 절반은 버리고 남겨놓은 것도 꺼내보지 않고 있었어요. 싼게 비지떡이라는 불쾌감과 함께(무겁고 필감도 일정치 않았으며, 쓸만하다 싶었던 모델은 한달만에 닙이 변형됨) 다시는 중국 브랜드 제품을 사지 말아야지- 결심했었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 홍디안 만년필에 대한 극찬 리뷰가 많이 눈에 띄더라구요. '그래봤자 중국이 만든 짝퉁이지' 하며 외면하다가 수많은 리뷰에 호기심이 발동해 저렴한 녀석들로 두가지를 주문하게 되었어요. 바로 홍디안 N1, N7 모델인데요. 받아서 써보는 순간 충격에 휩싸였어요.

"이게 3만 5천원짜리 만년필이라고? 라미 사파리보다 100배 좋잖아!"

와, 어찌나 충격이었던지. 쓰는 내내 홍디안이 뭐하는 회사인지, 다른 제품은 뭔지 뒤져보게 되었죠. 그리고 중국 직구로 2개 모델을 더 주문했어요.

중국 만년필은 펜촉 뽑기 운이 좋아야 저렴한 득템이 가능하므로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 국내 구매가 훨씬 유리할 수 있어요.  직구시 펜촉에 문제가 있어도 교환/반품이 쉽지 않으니까요. 직구 가격은 국내 쇼핑몰 판매가보다 배송비 포함 약 40%가량 저렴하더군요. 참고하시구요. 오늘 리뷰는 국내 쇼핑몰에서 구입한 N1 모델 리뷰입니다.

 

 

◑ 포장 ◐

중국 유통제품과 달리 국내 제품은 벌크 상자를 사용하고 있네요. 슬림한 기본 상자예요. 펜 품질만 좋으면 상관없으니 패스-라고 생각하면서 덧붙이자면 선물용도로는 적당치 않을 것 같다고 쓰게 되네요.

저렴한 브랜드들도 반드시 동봉한다는 브랜드 카탈로그 하나 없어요. 중국 내수용 패키지와 비교를 위해 배대지에서 찍어 준 사진을 첨부할게요.(제품은 아직 수령 전)

 

 


카달로는 없는 것 같지만 홍디안 전용 패키지에 담겨 있네요. 하지만 워낙 저렴한 제품이라 상자는 벌크 제품을 쓰든, 에어캡봉투에 담아주든 별로 개의치 않는 걸로 하죠. 만년필 품질만 좋다면 상자쯤은 뭐- 그런 마음으로요ㅎㅎ

+ 홍디안 패키지 구성으로도 국내 쇼핑몰에서 구입할 수 있답니다.

 

 

 

◑ 기본 구성품 ◐

이 만년필은 35,20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컨버터가 포함된 가격이예요. 컨버터 퀄리티가 꽤 괜찮아서 놀랐는데요. 더 놀라운 건 만년필의 만듦새가 완벽하다는 점이었어요.




이건 사기다! 하는 생각이 펜을 꺼내 들자마자 들었는데요. 아니 그동안 다른 브랜드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라고 생각될만큼 만년필 완성도가 너무~ 좋은거예요.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모든 것이 완벽했어요. 허탈할 정도로 말이죠.

3만 5천원짜리 만년필이, 10만원대 만년필 못지 않게 잘 만들어져 나왔네요. 심지어 무게도 가볍구요. 펜촉의 필감은 완벽에 가까웠거든요.

◑ 디자인 ◐

저는 초록색 만년필을 선호하여(최애는 블랙에 금장이지만) 그린으로 구입했는데요. 채도가 낮은 편이라 금장 클립/밴드와 굉장히 잘 어울려요. 광택감이 잘 살아 있는 아크릴 수지 재질이 고급스럽게 보이구요.

 

 


컬러 선택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예요. 이 모델과 함께 주문한 N7 모델도 그린으로 주문했는데 N7의 그린은 약간 촌스러운 청록색이라 실물이 사진보다 못하다는 인상이었거든요. N1은 아주 흡족한 그린이었답니다.

이 만년필은 트위스트 캡 방식으로 제작되어서 닙 마름 현상이 거의 없어요. 밀폐력이 좋아 아마, 닙마름 현상이 아예 없을 거라고 예측하는데요. 잉크를 다양하게 써본 것은 아니라 <추측>이라고 써둡니다.

 

 


이리듐 펜촉도 투톤으로 제작되어 상당히 아름답게 보이구요. 중국 전통가옥으로 보이는 일러스트가 매우 세밀하게 인그레이빙되어 있어서 고급스럽게 보여요. 3만원대 만년필로는 보이지 않을만큼 퀄리티가 좋아요.

캡탑에는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비둘기 마크가 인그레이빙되어 있는데 이것 역시 세공이 섬세해서 또렷하게 보여요.

 

 

◑ 펜촉 ◐

EF촉이구요. 펜촉 어깨부터 팰릿부분까지가 자연스럽게 쭉 뻗어있어서 전체적으로 날렵한 인상이예요. 투톤닙이라 실물로 보면 더 예쁜 느낌이구요. 펜촉의 크기는 보통입니다.

 

 

◐ 길이와 무게 ◑

만년필 길이는 13.5센티미터 가량이예요. 무게는 24g으로 가벼운 편이예요. 라미 사파리가 17g, 트위스비 에코가 21g이니 비교해보시면 감이 오실거 같구요. 24그람이면 손목에 부담이 전혀 오지 않을만한 무게감이예요. 저는 딱 좋은 무게라고 생각했답니다.

 

 

 


캡을 제거했을 때의 길이는 11.8cm인데요. 이대로 쥐고 필기하기에도 좋지만, 저는 캡이 없으니 오히려 너무 가벼운 느낌이라 캡을 끼워서 쓰게 되더군요.

 

 


캡을 뒤에 끼웠을 때 길이는 15.3센티미터예요. 캡은 뒤에 딱 고정되는 편이고 필기할 때 무게중심이 캡쪽으로 쏠려주어 오히려 무게 밸런스가 맞아져서 필기하기 편했어요. 이 만년필은 캡을 끼우고 쓰면 좋은 만년필이라는 점, 체크하시구요.

 

 


N7, N1의 펜촉은 동일한 펜촉이예요. 저는 EF, F를 모두 써보고 싶어서 각각 펜촉을 달리 주문했는데요. 기본적으로 EF, F 둘다 세필촉입니다.

 

 

◐ EF촉 & F촉의 굵기 ◑

펜촉의 굵기는 사용하는 노트와 잉크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굵다, 가늘다 라고 구분해 표현하기 모호한데요. 그러나 다른 만년필의 EF촉들과 홍디안 N1/N7의 EF촉을 같은 노트에 같은 잉크를 넣어 썼을 때 굵기라 치고 표현하자면, 홍디안 EF촉은 0.4 젤펜 굵기쯤 되요.

홍디안 F촉은 0.5 젤펜 굵기쯤으로, 두 펜촉의 굵기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요. 다만 잉크 흐름에 있어 F촉이 더 좋은 편이라 좀 더 시원시원하게 필기되는 느낌이예요.

 

 

◐ EF촉의 필기감 ◑

EF촉을 종이 표면 질감이 살아 있는 글입다 레저버 노트에 썼을 때는 사각사각하는 만년필 특유의 필감과 함께 잉크 흐름이 좋은 편이라 부드러운 필감까지 얻을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는데요. 이정도 필감을 가진 만년필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필감만 보면 트위스비 에코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N1 모델의 단점이 잉크통이 피스톤필러 방식이 아니라서 아쉽다고 느껴질 지경이었어요. 반대로 N7모델은 피스톤필러 방식의 만년필이었지만 N1보다 무거운 편이라 무게감이 아쉬웠어요.

 

 


세필 좋아하시는 분들께 만족도가 아주 높은 만년필이 될거예요.

 

 



종이 표면이 매끄러운 노트에 썼을 때의 필감은 말도 안되게 부드러운 버터필감으로 바뀌었어요. 레저버 노트에서의 사각거림이 잊혀질만큼 부드럽게 필기되었죠. 레저버 노트에 비해 글씨의 굵기가 좀 두꺼워진걸 알아채셨나요? 표면이 매끄러운 노트에 쓰니 레저버 노트에 쓴 F촉 만큼 획이 두꺼워졌어요.

개인적으로 레저버 노트에 쓸 때의 사각사각한 필감도 좋았지만 매끄러운 노트에 쓸 때의 버터필감이 더 일품이라고 느꼈어요. 잉크 흐름이 더 좋아진 것도 글씨 쓰는데 시원시원한 기분을 주었구요.

 



만약 홍디안 N1, N7 중에 하나만 구입해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저는 무조건 N1모델을 선택할거예요. 디자인이나 크기, 펜촉 등은 두 모델이 거의 동일하지만 무게 차이는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라서 필사 위주로 사용하는 제게는 무게감이 참 중요한 요소거든요.

N1모델은 전체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도 매우 높고 펜촉의 필감도 아주 훌륭하며 무게감까지 완벽해서- 굳이 N7 모델까지는 안써봐도 될 정도라고 느꼈어요.

EF, F촉 중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F촉을 고를거구요. F촉도 충분한 세필이고 두 촉 모두 필기할 때 긁는 느낌 없이 부드러운 필기가 가능했으니까요. 아무래도 잉크 흐름이 좀 더 좋고 글씨 쓰기 더 편안한 F촉이 장시간 필기에 유리할 거 같아서예요.

중국 만년필이 이렇게 가성비 좋게 고퀄리티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게 다소 충격이예요. 이미 국내 유저들에게도 품질 괜찮기로 유명한 진하오 만년필보다 단언컨데 10배는 훌륭한 퀄리티였답니다. 자주 꺼내 쓰고 싶은 필감은 물론 디자인도 좋았어요.

최근에 라반 만년필(타로코 모델) 써보고 그것도 기대 이상으로 품질이 좋아서 감탄했거든요. 그보다 홍디안 제품에 대한 놀라움이 훨씬 컸어요. 정말 잘 만든 만년필이라서, 라미 사파리 사느니, 홍디안 N1 모델을 사는게 100배 낫다고 포스팅 마무리해봅니다.


 

◑ 홍디안 N1 총평 ◐

1. 고급스러운 외관 디자인과 고퀄리티 만듦새
2. 장시간 필기에도 부담없는 무게감
3. 0.4 굵기의 EF촉
4. 적당히 사각이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잉크 흐름도 유연한 펜
5. 닙마름 현상 없음
★★★★★★★★★★

트위스비 에코 이후 두번째로 만점 줄 수 있는 만년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