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 사용시 TIP
잉크를 충전하고 필기를 시작할 때엔 잉크 흐름이 좋은데 몇줄 써내려가다보면 잉크 흐름이 점점 감소하는 거죠. 필기도 답답해지고 잉크 흐름이 좋지 않아서 그런가, 컨버터의 스크류를 돌려 잉크를 밀어내보기도 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의 해결책을 공유해보겠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어떤 줄에서는 굵고 선명한 글씨이다가, 아래쪽에선 얇고 흐릿한 글씨가 되죠? 파카 듀오폴드 F촉으로 필기한 건데요. 60만원이 넘는 만년필인데 이런 문제가 발생해 처음엔 좀 당황했어요. 그간 터득한 방식을 써봐도 곧바로 해결되지 않아 이런저런 방법으로 애를 좀 써서 해결했답니다.
필기시 잉크 흐름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은 때때로 발생하곤 해요. 새로 구입한 만년필인데 잉크 흐름이 나쁘거나 첫글자 쓸 때 첫 획에 잉크가 나오지 않는- 이른바 '헛발질' 문제도 종종 있죠.
왼쪽 필기물은 피스톤필러 방식의 만년필인 FPR 자이루프 V2 플렉스 닙으로 쓸 때 발생한 문제였구요. 오른쪽 필기물은 컨버터 방식의 만년필인 파카 듀오폴드 F촉을 사용할 때 발생했어요.
만년필 입문기에는 이게 제품 불량인 줄 알았는데요. 해결법은 생각보다 간단해요.
위 _ 파카 듀오폴드 F촉 / 컨버터 타입
아래 _ 오로라 비밀의도시 마테라 F촉 / 피스톤필러 타입
공통 해결책 1. 흐름 좋은 잉크를 사용해봅니다.
잉크 중 유난히 흐름이 박한 종류가 있어요. 그런 잉크만 피해도 흐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특정 브랜드 잉크가 모두 흐름이 '더 좋다', '박하다'로 구분되는 건 아니지만요. 대체로 이로시주쿠 잉크들은 흐름이 좋은 편이예요. 제이허빈이나 디아민 같은 잉크 들은 유독 흐름이 더 좋은 색이 있고 그렇지 않은 색이 있어서 사전에 색이름을 검색해서 '흐름이 박한 편'이라는 후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구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이것저것 다 잘 모르겠다, 복잡한 게 싫다- 하시면 파카 큉크를 사용하세요. 가성비와 품질이 아주 뛰어난 잉크니까요.
어쨌든 흐름 좋은 잉크로만 바꿔줘도 흐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공통 해결책2. 펜촉을 잉크병에 완전히 담가서 충전하는 방식을 써보세요.
특히 컨버터를 선호하는 분들 중에는 주사기로 잉크 충전하는 케이스가 많을 거예요. 저도 그 방식을 선호합니다. 휴지나 손에 묻히지 않고도 깔끔하게 잉크를 리필할 수 있으니까요. 흐름이 좋은 편인 만년필에는 전혀 문제 없는 충전법인데요, 흐름이 약한 펜이거나 잉크에 따라 흐름문제가 생길 수 있더라구요.
이럴 땐 펜촉을 잉크에 목까지 다 잠기게 한 뒤 컨버터의 스크류를 돌려보세요. 잉크가 피드에서부터 컨버터까지 쭉 연결되어 리필되도록 말이죠.
정말 간단한 방식이지만 이 방법으로 흐름 문제가 90%는 해결됩니다. [흐름 좋은 잉크 + 펜촉을 목까지 잉크에 담가 충전하는 방식] 만으로도 대체로 흐름이 아주 풍부해져요.
위의 두가지 방식으로 충전했는데도 첫줄과 달리 몇줄 더 쓰면서 점점 잉크가 줄어드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가능성1. 잉크와 펜촉이 잘 맞지 않는 경우
가능성2. 컨버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가능성3. 공기층이 충분치 않아서? 잉크가 고여있게 되는 경우
이에 대해서는 사진을 첨부해볼게요.
1. 컨버터 타입 만년필
컨버터에 따라 잉크 흐름이 좋아지고 박해지고의 차이가 생겨요. 만년필은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잉크가 팬촉 끝을 타고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도록 고안된 필기구이기 때문에 약간의 공기 유입이 필요한데요. 컨버터 안이 진공된 것처럼 공기흐름이 고정되었을 때 잉크가 흐르지 않게 되더라구요.
펜촉을 잉크병에 담가서 잉크를 충전하는 방식보다 컨버터에 잉크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충전하는 걸 선호하는 분들은, 잉크가 빨리 펜촉에 도달하기 위해 컨버터 스크류를 돌려 잉크를 앞으로 쭉 밀어주고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때 앞으로 쑥 밀어놓은 스크류를(위 사진 속 윗컷) 뒤로 당겨 빼주면(위 사진 속 아래컷) 잉크 흐름이 매끄러워진답니다.
컨버터 내에 공기층을 좀 만들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컨버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요. 처음부터 아예 필기가 잘 되지 않던게 아니라면 컨버터 문제일 확률이 매우 높으니 컨버터를 고급형으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 된답니다.
간혹 컨버터와 펜촉부를 연결하는 고무결합부가 세척하면서 수축 또는 이완되어 결합부로 불필요한 공기흐름이 생겨 잉크 흐름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땐 컨버터를 새걸로 바꿔주면 해결되더라구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만년필을 세척할 때 너무 차가운 물이나 뜨거운 물은 피해서 미지근한 물로 세척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더라구요.
저는 미온수로 몇번 세척한 컨버터 결합부가 이완된건지 펜촉 하우징과 완벽하게 결합되지 않아 흐름 문제가 극심해진 경험이 두번 있었던 탓에 이제는 미온수 온도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ㅠㅠ 미리 조심하세요;
2. 피스톤필러 타입 만년필
피스톤필러 타입의 만년필은 좀 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잉크통의 조작부가 펜 외부에 있으니까요. 피스톤필러 만년필 역시 잉크통 안으로 공기층이 생기도록 뒷부분 스크류를 닫아주면 되는데요. 잉크 흐름이 줄어들면 위의 왼쪽 사진처럼 피스톤을 돌려 잉크를 밀어내며 쓰게 되잖아요. 그럴 때 반대로 오른쪽 사진처럼 피스톤과 잔여잉크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여유 없이 피스톤과 잉크가 맞닿아 있을 때보다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어요.
잉크 잔량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의 만년필은(잉크창이 없는) 글씨 쓸 때 잉크 흐름이 나빠질 때마다 열어서 컨버터에 남은 잉크양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잉크가 충분히 남아 있는데도 흐름이 줄어들 때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먼저 조치를 취해보세요.
그러나 대개의 흐름 문제는 흐름 좋은 잉크로 바꿔주거나, 피드에서부터 컨버터까지 잉크가 죽 연결되도록 리필해주면 해결되는 문제일 거예요.
또한 간혹, 펜촉 마감제가 씻기지 않고 남아있을 경우에 잉크가 유연하게 흘러나오지 않아 헛발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미온수로 몇차례 잉크 바꿔가며 써보고 세척하는 걸 반복하다보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자주 써보면서 길들이다보면 해결되더라구요.
오늘은 간단히 만년필 사용시 발생하는 문제 해결팁을 포스팅해봤어요.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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