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너무 예쁜 잉크 [달의 먼지]라니
개인적으로 이 잉크는 제가 선호하는 색의 잉크가 아니예요. 블루와 그린 계열 잉크를 좋아해서 보라색 계열은 잘 쓰지 않는 편인데 포스팅을 위해 지난 2주 동안 보라색 잉크들을 꺼내 쓰며 [달의 먼지]는 자기 캐릭터가 참 강렬한 제품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보라색 잉크죠.
잉크병 디자인부터 특색있어요. 병 모양 자체가 펜을 거치할 수 있는 홀더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만년필을 올리기에는 살짝 폭이 좁아 보여요. 오히려 딥펜 굵기에 딱 맞을 것 같은 폭이죠. 물론 딥펜이 더 쏙 들어가긴 하지만 만년필도 거치할 수 있어요. 저는 이 부가기능을 거의 활용하지 않지만 딥펜 사용하시는 분들에게는 펜 홀더 기능이 아주 실용적일거 같아요.
짙은 보라색 수색을 띄네요. 오디 아시나요? 뽕나무 열매인데요. 오디즙 색과 매우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오디 열매를 손에 쥐고 꽉 눌러 즙을 짜내면 이런 색의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거든요. 보면 볼수록 오디즙 색깔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이허빈 잉크는 지금까지 [달의 먼지] 하나만 사서 써봤어요. 만년필 입문기에 잉크를 몇개 사보고 싶은데 뭘 사야 할지 모르겠을 때, 달의 먼지에 대한 후기가 아주 좋았던 터라 한병 들여본 거였죠. 그때는 종이의 중요성을 모를 때라 번짐이 심하고 색도 제 취향이 아니라 만족도가 그리 좋지 않았었어요. 그래서 내내 꺼내보지 않고 있다가 '보라색 잉크를 써볼까?' 하며 정말 간만에 꺼낸 터였죠.
이번에는 라반 타로코 만년필에 펜입해 썼답니다.
1. 컬러차트
발색 전용지에 발색한 색감이예요. 달의 먼지와 비슷한 톤의 보라색 잉크들을 찾아봤어요.
제가 소장한 잉크 중 달의 먼지와 가장 비슷한 색은 디아민 <라이터스 블러드>와 <댐슨>이었는데요. 싱크로율은 각 70% 정도예요. 두 색을 섞으면 [달의 먼지]가 되겠다 싶어요.
디아민이나 펜브스 잉크는 가성비가 좋아요. 잉크 용량대비 제이허빈 잉크보다 저렴하죠. 그래서 비슷한 색의 잉크를 포스팅해놓는 거예요. [달의 먼지]가 색감 외에 농도나 흐름 면에서 다른 잉크보다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겠어요. 보통의 농도, 보통의 흐름을 가진 잉크거든요. 그래서 비슷한 색을 찾으신다면 디아민 <댐슨>이나 <라이터스 블러드> 정도를 선택하셔도 충분히 만족하실거예요.
붉은 톤이 좀 더 강한 <라이터스 블러드>냐 보라톤이 좀 더 강한 <댐슨>이냐-
1. 페이퍼아이디어스 노트에 필기
요즘 가장 애정하는 노트인데요. 백상지이구요. 잉크 컬러 표현력도 좋고 한권에 8천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노트예요. 로이텀 노트 컨셉으로 제작된 하드커버 A5 줄지이구요. 100g 평량지라 딥펜으로 써도 잉크 번짐이 발생하지 않는 뛰어난 품질의 종이예요.
색감 보이시죠. 채도가 낮은 보라색이예요. 포도주색처럼도 보이네요. 필기량이 많을 때는 채도가 낮고 차분한 색이 좋아요. 눈이 피로하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필기할 땐 [달의 먼지]처럼 차분한 톤이면서도 특색 있어 보이는 잉크를 쓰게 되요.
아래 다른 노트들에 쓴 필기물도 첨부할텐데 실제 컬러는 위 2장의 사진과 같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 난창 제본노트에 필기
이 노트도 요즘 애정하며 쓰는 갓성비 노트인데요. [난창]은 판매자 이름입니다. 종이를 도매로 떼어다가 노트로 제본해 판매하는 분이예요. 노트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한데 만년필 쓰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퀄리티라 한 30권 사서 쟁여뒀어요. 이렇게 이름 모를 노트들은 언제고 단종되거나 종이 질이 달라져버릴 수 있거든요.
이 노트는 70g평량이며 토모에리버와 필기할 때 느낌이 거의 똑같은데 표면 질감에서 차이가 있어요. 매끄러운 토모에리버와 달리 난창 노트는 표면이 거친 질감이라 만년필의 사각거림을 최대한 살려주거든요. 잉크 수용력이 좋아서 번짐 전혀 없고 뒷비침도 심하지 않아요. 아무리 굵은 펜촉으로 잉크 펑펑 흘려가며 써도 뒷장 필기가 가능할 정도로 표면 내구력이 좋아요.
미색 종이이구요. 이 노트에 쓰면 채도가 다소 더 낮아져요. 아주 짙은 보라색 잉크처럼 보이죠.
3. 토모에리버 백색 종이에 필기
백색 토모에리버에 썼을 때 컬러감이예요. 잉크 소모 직전에 쓴거라 다소 가늘게 필기됬어요. 그래도 색감이 어떤지는 가늠하실 수 있겠죠?
밝기 보정하지 않고 실내에서 봤을 때 이런 느낌입니다. 검정색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아주 짙은 보라색으로 보이죠. 사실 [달의 먼지]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잉크로 스쳐갔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잉크가 색감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요. 이름까지도 그 잉크의 가치니까요. [달의 먼지]라는 감성 충만한 이름을 가진 잉크라면 한번은 써보고 싶어지지 않나요.
◑ 제이허빈 _ 달의 먼지 ◐
1. 예쁘고 실용적인 잉크병(펜 거치홈)
2. 농도 적당 / 마르는 속도 보통
3. 잉크 흐름 보통
4. 이름이 참 예쁜, 오디즙 같은 차분한 진보라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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