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만년필은 10만원대가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저에게는 3자루의 오로라 만년필이 있는데 가격 편차가 커요. 본 포스팅에 소개하는 <스타일> 만년필은 8만원 대이고 이미 영상으로 소개한 바 있는 <입실론>은 10만원 대였으며 <오탄토트 88>은 50% 할인받아 56만원에 구입했었는데요. 순서는 비싼 것부터 저렴한 스타일 순으로 구입했는데 만족도 순으로 평가하자면 1위는 단연 입실론이며 3위가 오늘 소개할 스타일 만년필이었어요.
오로라 100만원대 만년필을 50% 할인 기간에 사들여 수집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저 역시 수집을 추구하기에 아름다운 오로라 라인을 모으는 데엔 이견이 없으나 그 모델들이 과연 입실론의 10배 품질을 가졌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예요. 겨우 오탄토트 88 하나 사서 써본 거지만 오로라 만년필은 입실론 하나면 충분하다 할만큼 오탄토트의 품질이 압도적이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필기용으로는 오탄토트가 훨씬 저품질이라고 느껴졌어요. 제가 서울에 거주하여 펜샵시필을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결코 오로라 고가 제품을 구입하지 않았을 거 같아요. 차라리 입실론을 촉 종류별로 5자루 사들이는 쪽을 선택했을테죠.
◑ 포장 ◐
만년필을 시작하던 2020년 봄에는 만년필 패키지에 대한 별다른 의견이 없었어요. 디자이너로써 모름지기 패키지란, 제품의 값어치에 맞게 예산을 책정해 그만한 퀄리티로 제작되는 것이므로 이 가격대에는 이정도 상자가 적합했나 보구나- 라고 지레짐작했던 거죠. 허나 만년필 쇼핑이 거듭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성의의 문제일 수도 있고 타겟층의 라이프성향을 반영한 시장문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떤 만년필은 3만원 짜리인데도 플라스틱 케이스 또는 패브릭 싸바리로 제작된 하드케이스를 입고 나왔고 어떤 만년필은 30만원 짜리인데도 퀄리티 떨어지는 밋밋하고 성의 없는 상자를 입고 있었죠. 어쩌면 만년필 패키지는 남성 유저 중심으로 흘러온 만년필 시장에, 감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굳어진 하나의 트랜드처럼 느껴졌어요. 여성 유저들이 증가하는만큼 만년필 시장에도 감성 마케팅이 더해지길 희망해요.


종이 재질의 하드 케이스를 위로 열면 안경집 형태의 검은 가죽 케이스가 등장해요. 부드러운 재질의 가죽이죠. 오로라 로고마크가 불박되어 있어요. 뚜껑을 오픈하면 상아색 가죽으로 덧댄 내부가 드러나는데 사진에선 잘 전해지지 않으나 실제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이예요. 개인적으로 이정도 패키지라면 선물하기에도 좋다고 생각되는데, 외포장 상자가 좀 저렴한 인상이므로 포장지로 최종포장하여 선물하면 받는 이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겠네요.
◑ 기본 구성품 ◐
케이스 안에는 만년필 한자루, 보증서, 카트리지 1, 브랜드 카달로그 1부가 들어있어요.

스타일은 컨버터가 포함되지 않은 상품이예요. 8만 4천원에 구입한 이 스타일에는 컨버터가 없었고 바디재질도 저렴한 티가 나는 레진이죠. 추가구매를 위해 찾아보면 오로라 컨버터는 가격이 좀 비싼 편인데요. 카트리지보다 컨버터를 선호한다면- 27,700원짜리 컨버터를 별매해야 하는데, 한단계 상위모델인 입실론 모델을 구입한다면 10만 5천원에 컨버터 포함된 구성으로 받아볼 수 있어요. 심지어 바디 퀄리티도 한단계 나아지죠. 이런 선택을 권유하는 것은 입실론의 펜촉 퀄리티가 더 낫기 때문이예요. 컨버터+스타일 구입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컨버터+입실론을 구입하는 쪽을 추천하고 싶어요.
◑ 컬러감 ◐
스타일 제품의 현재 판매중인 컬러는 메탈 포함 7~8종 정도인데 산뜻한 옐로우로 선택했어요. (상위 모델인 입실론은 컬러 선택지가 더 많음) 캡을 닫아 두었을 때는 전체가 진노랑이라 그리 예쁘게 보이지 않지만 캡을 제거하면 그립부가 검정색으로 배색되어 있어 한층 보기 나아지죠. 컬러 농도는 짙은 노랑이구요. 머스타드 컬러라고도 하는데 칙칙한 머스타드가 아니라 선명한 머스타드예요. 이 노란 펜을 보면 왠지 어리고 활동적인 사용자가 연상되요. 10대나 20대 초반 여성에게 선물하기 좋은 퀄리티의 컬러감을 가졌네요. (디자인도 젊은 느낌)
◑ 펜촉 ◐
선택할 수 있는 펜촉의 종류는 3가지였어요. EF(가는촉), F(기본촉), M(굵은촉). 저는 입실론을 EF촉으로 구입해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타일은 F촉으로 구입했어요. 펜촉의 색감은 구리빛이 도는 금색인데 실물은 좀 촌스러워요.(컬러별 분위기에 맞춰 도금 색이 다름) 작고 볼품없는 느낌의 펜촉이예요.
하얀색 만년필이 입실론 모델이며 EF촉인데요. 입실론 펜촉은 끝이 버선코처럼 아주 살짝 들려 있어요. 그 덕에 필기할 때 부드러운 필감이 실감나죠. 스타일 F촉은 끝이 좀 더 둥글게 마감되어 있는데 부드러움은 덜하지만 필감은 괜찮은 편이예요. 이 펜촉은 필압에 따라 슬릿이 섬세하게 벌어졌다 다물어져요.
◑ 카트리지 ◐
본 제품은 컨버터 비포함 구성이므로 기본제공되는 카트리지를 보여드릴게요. 컬러는 블루, 잉크 퀄리티는 좋은 편이었어요. 다른 브랜드들이 기본제공하는 카트리지와의 다른점은 거의 2배 가까운 크기와 용량이구요. 펜입해서 정말 오래 사용할 수 있었어요.
저는 컨버터를 선호하는 유저이므로, 굳이 3만원 가까운 컨버터를 추가구입하지 않고 입실론을 구입할 때 받은 컨버터를 호환해 사용하고 있어요.
◑ 길이와 무게 ◐
캡을 닫았을 때의 길이는 약 13.7센티미터로 앞서 포스팅한 파이롯트 에라보와 거의 같아요. 무게 역시 에라보와 거의 같은 18그람으로 매우 가벼운 편이구요. 장시간 필기를 해도 전혀 무리되지 않을 경량 만년필이죠.
캡을 제거하고 펜만 들었을 때의 길이는 약 12.1센티미터로 역시 에라보와 비슷해요. 사파리 캡 제거시 16.6센티미터 정도이니 사파리를 소장하고 있다면 비교해볼 수 있겠죠?(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팔린 만년필이라서 사파리와 비교) 이 길이는 그다지 짧지 않아요. 손이 큰 편인 제가 쥐었을 때에도 불편함 없이 편안해요. 오히려 캡을 제거한 채 들고 쓰면 무게가 너무 가벼워 무게중심이 잡히지 않아 캡을 끼우고 쓰게 되더군요.
캡을 뒤로 끼우면 길이는 15센티 가량 되요. 이렇게 사용했을 때 펜의 위쪽으로 무게가 쏠려 필기할 때 오히려 무게중심이 잡혀요. 만년필이 가볍기만 해서는 필기에 유리할 수 없는데, 그런 펜들은 캡을 뒤로 끼울 수 있는 구조로 출시되거든요. 스타일 만년필 역시 캡을 뒤로 끼워 쓰도록 디자인되어 필기할 때 캡이 뒤로 빠지는 문제가 거의 없어요.(입실론은 아예 뒤로 끼워 고정되는 구조인 점 참조)
◑ F촉의 굵기 ◐
펜촉의 굵기는 사용하는 노트와 잉크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굵다, 가늘다 라고 구분해 표현하기 모호한데요. 다른 만년필의 F촉들과 스타일 F촉을 같은 노트에 같은 잉크로 사용했을 때의 굵기로 비교하자면, 스타일 F촉은 0.7 젤펜 굵기쯤 돼요. 얇지 않죠. 세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굵기예요. 그러나 만년필 노트에 필기하기에 좋은 적당한 굵기라 하겠어요.
토모에리버 노트 X 스타일 F촉 X 기본 카트리지
◑ F촉 필기감 ◐
이 펜촉은 버터필감은 아니지만 사각임과 부드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품질이예요. 적당히 사각거리며 적당히 부드러운 느낌. 다만 필압을 살짝만 줘도 슬릿이 쉽게 벌어지는 관계로, 스타일 펜촉보다는 입실론 EF촉의 필기감이 압도적으로 좋게 느껴졌어요. 앞서 스타일 모델보단 컨버터가 포함된 입실론 모델을 추천했던 이유에 이 점도 포함되요. 필기감의 미묘한 퀄리티 차이가 스타일과 입실론 사이에 명확히 존재하거든요.
글입다 레저버 노트 X 스타일 F촉 X 기본 카트리지
노트와의 궁합은 매끄러운 표면의 노트보다 러프한 질감의 노트와 더 좋았어요. 토모에리버보다 글입다 노트에 쓸 때 글씨도 더 단정하게 써지고 필기감도 좋아졌어요. 단, 필기할 때 손으로 전해져 오는 필감이 좋았던 것은 아니예요. 이 펜촉이 주는 필감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나 그렇다고 훌륭하다고도 말할 수 없었어요. 모든 면에서 입실론 EF촉이 더 훌륭했답니다. (EF촉과 F촉을 비교하는게 적절치 않을 수 있으나 필감 외 모든 사양을 비교했을 때 입실론이 훌륭하다는 의미)
이 리뷰를 보고도 굳이 스타일 만년필을 선택하는 이는 없을테죠. 어쩌다보니 입실론을 예찬하는 리뷰가 되어버렸는데 써보면 알 수 있어요. 오로라 만년필 중 입실론은 정말 가성비 훌륭한 퀄리티를 가졌다는 사실을.
◑ 스타일 총평 ◐
1. 중형 사이즈에 18g 매우 가벼운 펜
2. 캡을 뒤에 끼우고 사용해도 가볍고 안정적인 무게중심
3. 0.7정도 굵기의 F촉으로 한글 필기에 적당
4. 필감이 아주 훌륭하지는 않으나 괜찮은 편
5. 닙마름 현상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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