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형 글라스펜? NO, 글라스펜 팁을 가진 만년필이었네요.
직구할 게 있어서 함께 구입한 중국 브랜드 문맨의 만년필입니다. 만년필 입문할 때 써본 다수의 만년필들이 기대이하의 품질지속력을 가졌음을 알아차린 뒤로 중국 만년필은 아예 구입하지 않은지 오래인데요. 문맨 N6 모델은 글라스펜 팁이 적용된 사진을 보고 충동구매하게 된 거였어요. 글라스펜을 쓸 때 만년필처럼 잉크 충전통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착각했던 거지요.
검색을 해보기도 했으나 이 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준 유저가 아직까지 없었기에(제가 못찾았을 수도요) 일단 하나 사보자는 마음으로 구매했구요. 가격은 69위안, 한화로 15,000원에 배송비까지 포함해서 들여왔답니다.
◑ 포장 ◐
플라스틱 케이스에 담겨있구요. 매우 가벼웠어요. 케이스에 띠지라도 씌워 브랜드 각인이라도 시켜주면 좋을텐데, 유명 브랜드 만년필 디자인을 훔쳐 짝퉁 중심으로 출시하는 중국 기업에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겠죠. 케이스는 가격대에 맞춘 수준으로 보입니다.
나름 제품 사용방식을 안내한 미니 카달로그도 있어요. 문맨에서 출시되는 만년필들은 피스톤필러 방식, 컨버터 방식, 플런저 방식 등 다양하게 구현했나보군요. 중국 만년필은 기본적으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모방해서 만들어지는데요. 브랜드 제품들이 워낙 고가이다보니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로 모방품도 인기가 있어요. 고가 브랜드 펜 하나 사느니 모방품 5개 사서 양품을 얻어내는게 효율적이라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중국 펜으로 만년필을 시작하다시피한 저는, 60구 넘는 브랜드 만년필을 사용해본 결과 짝퉁은 짝퉁일 뿐이라는 생각이예요. 처음엔 쓸만하지만 오래 쓰면 닙의 필감이 달라진답니다.
◑ 기본 구성품 ◐
글라스팁이 끼워진 본품 1개 + 펜촉 1개 + 컨버터 1개 + 설명서 1장으로 구성품은 심플했어요.
제가 이 펜을 구입한 것은 브랜드 제품의 모방품이 아니었고, 글라스펜 팁이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었는데요. 받아보고서야 이 펜이 잉크통에서 글라스펜까지 잉크가 흘러나와주는 방식의 제품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만년필 팁과 글라스펜 팁을 교체해 쓸 수 있는 펜일 뿐이었죠. 그걸 확인하고 생각해보니 글라스펜은 잉크를 찍어서 몇글자 쓰고 쉽고 완벽하게 잉크를 세척해낼 수 있는 데에 매력이 있는 건데, 굳이 충전형 잉크통을 탑재할 필요가 없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디자인 ◐
글라스팁이 이렇게, 배럴 끝에 꽉 맞게 돌려서 끼우는 방식이예요. 잉크통의 잉크가 흘러내려올 수 없을만큼 피트하게 맞아 떨어지죠. 글라스팁 품질이 그렇듯이, 다른 펜들과 별다를 바 없었는데요. 그나마 잉크가 고이는 홈이 깊어서 잉크를 잡아주는 양이 많은 편이었어요.
펜 자체 디자인은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요. 싸구려 플라스틱 배럴을 가졌고 색상이 화려합니다.
◑ 펜촉 ◐
펜촉을 끼워봤어요. 펜촉 끝이 버선코처럼 살짝 들린 것 보이시나요? 글씨를 쓸 때 종이 표면에 닿는 펜촉 끝이 봉긋 휘어있어요. 그런 모양새 덕에 필기감이 부드럽게 구현된답니다.
펜촉의 크기는 보통,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격이예요. 중국 펜들은 불량 펜촉에 걸리기 쉽다고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하지 못했어요. 첫 사용시 느낌은 늘 '중국산이라 우습게 봤는데 의외로 필감이 괜찮네?' 였는데요. 이 만년필 역시 꼭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 길이와 무게 ◑
만년필 길이는 12.5센티미터 가량이예요. 보편적인 만년필 크기보다 짧아요. 전체 무게는 13g이예요. 글라스팁을 끼우면 15g정도로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해도 매우 가벼운 편이죠. 늘 경량 만년필로 거론하는 라미 사파리 무게가 17g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제품이 훨씬 더 가벼워요.
이 만년필은 캡을 뒤로 끼울 수 없는 1자형 만년필이예요. 캡을 나란히 놓았을 때 16.7cm정도 되지만 의미가 없죠. 캡을 제거했을 때 길이가 중요한데요. 11.6cm로 매우 짧습니다. 저처럼 손이 큰 사람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길이감인데요.
그나마 배럴 끝부분이 일자로 뻗어지기 때문에 엄지와 검지 사이 오목한 부분에 잘 받쳐지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가지고 계신 만년필 꺼내서 길이감 꼭 확인해보고 구입하시실 바라요.
글라스팁을 끼웠을 때는 12cm 정도 되요. 글라스펜으로 쓰기에는 나쁘지 않은 사양이라고 생각되요.
◐ F촉의 굵기 ◑
펜촉의 굵기는 사용하는 노트와 잉크 특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굵다, 가늘다 라고 구분해 표현하기 모호한데요. 그러나 다른 만년필의 F촉들과 문맨 N6 F촉을 같은 노트에 같은 잉크를 넣어 썼을 때 굵기라 치고 표현하자면, N6 F촉은 0.5 젤펜 굵기쯤 되요.
컨버터에 잉크를 충전해 쓸 수도 있고, 컨버터 없이 배럴 자체를 잉크통으로 쓸 수도 있어요. 이렇게요. 하지만 추천하지는 않아요. 배럴 결합부가 단단한 편이지만 잉크가 새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하거든요.
하필 그립부가 스크류선 위라 글씨를 쓰다보면 손으로 잉크가 새어나와요. 아무리 닦고 꽉 잠가도 마찬가지더라구요. 잉크 다 쓸 때까지 잉크 새는 걸 감수해야 했어요. 컨버터를 사용하면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 F촉의 필기감 ◑
펜촉의 필기감이 의외로 아주 괜찮았는데요. 펜촉 끝이 봉긋하게 솟아 있어서인지 토모에리버처럼 매끄러운 표면에 쓸 때 부드럽게, 슥슥 필기되는 느낌이 좋았어요. 사각임은 다소 덜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잉크 흐름도 좋고 필감도 부드러웠어요.
러프한 표면감을 가진 글입다 레저버 노트에 썼을 때도 필감은 역시 좋았어요. 표면이 러프해서인지 사각임도 약간 살아나는 느낌이었고 잉크 흐름은 여전히 좋았어요. 부드럽게 슥슥 필기되어 기분 좋게 필사를 지속할 수 있었답니다.
게다가 이 만년필은 한번 캡을 열어 필기를 30분 이상 지속하는 동안에도 잉크 흐름이 변화를 보이지 않았어요. 다른 만년필들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 잉크 흐름이 급감하는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흐름 좋은 잉크를 쓰면 덜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예요. 그런 현상이 문맨 N6에는 전혀 없었어요. 토모에리버에 써도, 글입다 레저버 노트에 써도 잉크 흐름이 변화하지 않고 꾸준히 나와주었죠.
장점이 많은 만년필인 것만은 분명한데요, 그럼에도 외관이 가진 단점 때문에 굳이 사서 써볼 펜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 어차피 유리펜을 하나 사려고 마음 먹으셨다면 펜촉 품질이 꽤 좋은 편이므로 이 트윈원 모델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겠어요.
◑ 문맨 N6 총평 ◐
1. 만년필 하나로 유리펜까지 획득할 수 있음
2. 가벼운 편에 속하나 길이감이 짧음
3. 0.5 굵기의 F촉
4. 잉크 흐름에 끊김이 없이 균일함
5. 부드럽고 안정적인 필감을 가진 만년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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